어디론가 떠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예전 여행 추억을 꺼내 봅니다.

문득 아쉬운 순간을 돌이켜보니 ‘다음’을 떠올렸을 때이더군요.

한참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기념품을 결국은 내려놓고,

다음에 사겠노라 뒤돌아섰을 때는 몰랐습니다.

이제 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참 희한하게도 그때와 같은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번 전시는 마음 한구석에 미뤄놓은 다음을 담기보다

오늘, 지금의 떨림을 놓치지 않으려 그 순간에 몰입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어르신, ‘서울노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20년간 어르신마다 다르게 반짝이는 고운 빛깔은 점으로 포개어지고

선으로 이어지며, 센터 공간의 곳곳을 고유의 색과 표정으로 채워왔습니다.

이러한 공간의 표정은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바로 서울노인에게 다양한 의미와

감정으로 새롭게 기억되어 노년의 삶에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지금, 당신을 채우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순간에도 더없이 아름다울 당신이 채우는 이곳은 어떤 표정으로 변화할까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이나 일상에 마주하는 것을 여행이라고들 하지요.

이곳 탑골미술관의 공간에 머물며, 지금을 말하고 지금을 사는 서울노인의 삶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기를 바랍니다.

저는 당신의 지금을 오래도록 기억할 서울노인복지센터입니다.